장영식 에이산그룹 회장(53)은 1993년 25세 나이에 단돈 300만원으로 일본에 건너가 연 매출 2000억원 규모 회사를 키웠다. 일본 도착 당시 일본어 표기문자인 ‘히라가나’도 익히지 못했다. 말을 배우기 위해 일본어학교에 등록했다. 그리고 일본에서 도전에 나섰다. 하루 3시간만 자며 돈을 모았다. 그는 쌀에 주목했다. 일본에서 자연재해로 쌀값이 폭등하자 한국산 쌀을 수입해 일본에 팔았다. 한국 가수들의 노래 테이프도 판매했다.

사업에 대한 감각을 익히자 가전제품 유통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TV나 냉장고를 도매상으로부터 구입해 소매점에 넘겼다. 여기서 번 돈과 대출금을 모아 1995년 에이산을 설립했다. 창업 14년 만에 소니 등 일본 가전제품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2010년엔 일본 방위성에 한국산 세탁기를 납품하기도 했다. 에이산은 현재 일본 23곳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승승장구만 했던 것은 아니다. 눈물의 시기도 있었다. 장 회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그리고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다. 물론 힘든 시기는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대지진 당시 일본 전력 공급에 문제가 생기자 한국에서 건전지를 수입했고, 지진용품도 들여왔다. 최근엔 한국에서 알코올 1000t을 수입해 손소독제와 마스크를 제조·판매했다.

코로나19로 면세점이 타격을 받자 새로운 수익 모델도 찾았다. 그는 지난해 9월 예스마트를 설립했다. 예스마트는 한국 상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로, 일본 북쪽 삿포로에서 남부 오키나와까지 16개 점포가 있다.

장 회장은 “한국 여행을 못 가는 한류팬들이 한국 마트로 몰리면서 회사가 성장하고 있다”며 “코로나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넷플릭스로 한국 드라마·영화를 접하고, 한국 식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예스마트의 일본인 고객은 도쿄 등 일본 대도시의 경우 75%, 후쿠오카나 삿포로 등 지방은 95%가 넘는다.

예스마트는 최근 소주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국 보해양조와 일본 총판 계약을 맺고, 보해 소주를 예스마트 전 지점에서 팔고 있다. 진로가 장악하고 있는 일본 내 한국 소주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게 장 회장 목표다. 예스마트는 고객 상대 시음회 등 발 빠른 마케팅 전략으로 일본 고객들로부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에서 성공한 한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장 회장은 공적 영역으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월드옥타(세계한인무역협회) 21대 회장에 취임했다. 월드옥타는 64개국 138개 지회, 정회원 7000여 명, 차세대회원 2만3000여 명을 보유한 재외동포 경제단체다.

월드옥타 회장에 취임한 장 회장은 “월드옥타가 눈부신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화합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혁신과 성장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월드옥타가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확대해갈 수 있도록 봉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 회장의 주요 공약은 △회원청원게시판 설치 △미래비전위원회 설치 △상임이사 혜택 확충 △화합형 집행부 구성 △옥타 앱 개선 △글로벌마케터 지원센터 설립 등이다.

그는 “옥타가 올해로 40년이 됐는데, 2022년부터 새로운 40년이 시작된다”며 “다가오는 40년에 10만 글로벌마케터를 양성해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옥타는 내년께 글로벌마케터스쿨을 개설할 예정이다. 마케터스쿨은 능력이 검증된 수출 도우미를 다수 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 회장은 “현재 450여 명의 옥타 글로벌마케터와 전 세계 138개 지회를 활용해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바이어를 발굴할 예정”이라며 “글로벌마케터는 중소기업의 해외 지사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새로운 사업 중엔 옥타AR홈쇼핑이 포함돼 있다. 옥타홈쇼핑은 옥타 회원들이 공유하는 플랫폼에서 방송되는 상품 소개 방송이다. 매주 한국 중소기업 상품을 쇼호스트가 설명하는 영상을 찍어 전 세계 옥타 회원들이 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장 회장은 “옥타가 한국 중소기업 상품을 발굴해 64개국 옥타 네트워크에 제품을 소개할 계획”이라며 “옥타가 해외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의 글로벌 총판이 돼 해외 시장 진출 동반자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사무국에 대륙별 직원 담당제도 도입된다. 이를 위해 순환탄력근로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장 회장은 “국가별 시차에 맞춰 사무국 직원들의 근무시간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3월엔 경기도 화성시에서 지역 중소기업과의 만남도 예정돼 있다. 화성 지역 10여 개 중소기업이 옥타 지회가 있는 64개국에 수출기지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올해 창립 40년이 된 월드옥타의 뿌리는 해외교포무역인연합회다. 정부의 수출 진흥 정책과 함께 1981년 개최된 서울교역전에 참가한 18개국 101명의 교포 무역인이 중심이 돼 그해 4월 2일 해외교포무역인연합회가 발족해 모국상품구매사절단 활동 등을 전개해왔다.

▶▶ 장 회장은…

△1968년 전남 순천시 출생 △1991년 순천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5년 에이산 창업 △2008년 일본 와세다대 석사(MBA) △2009~2012년 도쿄한국학교육성회 총회장 △2013년 대한민국 대통령 표창 △2016년 장보고 한상 어워드 우수상 △2016년~2021년 5월 도쿄한국상공회의소 회장 △2021년 11월~현재 월드옥타 회장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1/1071416/